교양 노트 - 요네하라 마리(2010) 일본

유쾌한 지식 여행자의 80가지 생각 노트

 


이런 류의 책을 좋아한다. 살아가며 바빠서 흔하게 지나치는 것들이 많다. 그러나 모든 일에는 이면이 있고 양면이 있는 법이다. 그런 것들을 가끔씩 생각해 보는 시간은 소중하다. 요네하라 마리는 이 책을 통해 당연하게 믿고 있던 것들을 삐딱히 보고 다시 생각해 보는 기회를 주었다.


가장 좋은 건 맨 처음에 나오는 ‘낮별’ 이야기. 처음부터 강력한 이야기라서 뒷부분은 밍숭맹숭할 지경이다. 그렇다고 뒷부분이 별로라는 소리가 아니다. 어쩌면 ‘낮별’ 이야기 하나로 이 책을 모두 읽은 것과 같을 지도 모른다. ‘
낮별은 밤별보다도 밝고 아름다운데, 태양의 빛에 가려져 영원히 하늘에서 그 모습을 확인할 수 없다.’ 그리고 우리가 무심히 지나치지만 세상에는 무수한 낮별들이 있을 것이다.


‘교양노트’로 처음 만난 요네하라 마리. 첫 만남이 이제야 이뤄졌는데 작가는 이미 세상에 없으시다. 더 이상 그녀의 작품들을 만날 수 없다는 게 슬프다. 발간된 다른 작품도 얼른 읽어야겠다. 단순히 삐딱한 것이 아니라, 아픔을 파헤치는 게 아니라 포용하고 감싸는 게 마음에 든다.

작품과는 별개로 저자가 부럽다. 재담가, 동시 통역사인 재주 많은 그녀. 그녀는 살아생전 낮별이면서도 밤별이었고 밤별이었으면서도 낮별이었다. 지금은 실제로 하늘의 별이 되셨고 밤낮으로 하늘에서 우리를 보고 있다. 하늘에서 우리에게 말을 거는 저자의 말을 들을 수는 없지만 한 번씩 고요한 마음으로 귀 기울여 보자. 운이 좋으면 그녀의 말을 들을 수 있을 지도 모른다. 당장 시작해 봐야겠다.


얼굴(2010) 요코야마 히데오


 

슬프고 냉정한 현실 안에서 우리네 삶처럼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어느 여경의 분투기

 

프롤로그

마녀사냥

결별의 봄

의혹의 데생

공범자

마음의 총구

에필로그


 

일드 ‘카오(얼굴)’의 원작이 드디어 국내에 발간되었다. 주연 배우들을 좋아하지만 드라마는 별로 재미있게 느껴지지 않아서 중도 포기했다. 그러나 소설은 단숨에 읽었다.


주인공인 히라노 미즈호는 감식과에서 범인의 몽타주를 작성하는 일을 맡고 있다가 어떤 사건으로 상처를 입고 휴직을 한다. 그 이후 복귀하였으나 감식과가 아닌 홍보과에 배정 받는다. 그 이후 펼쳐지는 미즈호의 분투, 잔혹한 현실.


미즈호의 현실은 잔인하다. 외롭고 슬프다. 굳이 경찰 조직만이 아니라 싫어도 이 시대의 사회 조직 안에서 살아가는 대부분이 미즈호의 분투에 공감할 듯 싶다. 자신의 경험으로 비정하고 냉혹한 경찰조직 안의 현실적인 모습들을 그려낸 저자의 전작들처럼 여기서도 마지막까지 용서가 없다. 미즈호는 특별히 잘 되지도 특별히 나쁘지도 않은, 우리의 일상 모습처럼 살아간다. 그래서 슬프기도 하고, 응원하고 싶기도 하고, 복잡한 마음이었다.


책을 마지막까지 다 읽고 생각한 것은 저자의 또 다른 매력적인 캐릭터 구라이시다. 종신 검시관’의 구라이시 검시관과는 또 다른 매력을 가진 여경 미즈호. 두 사람이 저자의 다른 작품에서 함께 만난다면 어떻게 될까? 상상만으로도 즐겁다. 물론, 그 안의 현실 또한 비정할 테지만 말이다. 그래도... 그들은 주어진 현실에 묵묵히 살아갈 것이다. 오늘을 사는 우리들처럼.
 

 


정의란 무엇인가(2010) - 마이클 샌델 영미

세상에는 무수한 책이 있지만 읽고 나서 뇌리에 깊이 남는 책은 반도 되지 않는다. 어쩌다 그런 책을 만나게 된다면 반갑고 기쁘다.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는 여러 번 미루다가 겨우 읽게 되었다. 그러나 생각처럼 어렵지도 않고 딱딱하지도 않았다. 읽으면서 학창시절, 도덕시간에 주입식으로 배웠던 내용들이 생각났다. 물론, 그때는 진지하게 생각해 본적도 없었고 수박 겉핥기식이었다.

하버드에서 20년간 가르쳐 온 내용으로 책을 펴낸 저자는 그만큼 깊이 있게 이 책에서 정의에 대해 다루고 있다. 공리주의, 자유지상주의에는 부분적으로 공감하나 마음에 들지 않았다. 뭔가 반박하고 싶어도 논리적이지 못한 나는 말로 표현이 불가능하다. 그러나 뭔가 이건 아니다... 싶은 게 있다. 그 뒤에 계속되는 칸트, 롤스의 주장도 나를 매료시키지만 100%는 아니다.

이제까지 여러 석학들이 논의하고 주장하였으나 지금까지도 합의되지 않은 것처럼 한 세기가 더 지나도 합의되지 않을 문제인 듯하다. 진정 정의란 무엇일까.

완독한 지금은 저자처럼 도덕 정치, 시민의 미덕과 공동선을 추구하는 쪽이 가장 마음에 든다. 공동체주의자라고 하나? 인간은 이성과 감성을 함께 가지는 존재이고 완전한 중립은 불가능하다고 본다. 또한 서사적 존재라는 것에 공감했다. 여기서 일본이 자연히 떠오르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실제로 언급도 되었고.


일부 젊은이들은 과거의 잘못, 실제로 자신들이 저지르지 않은 일들을 왜 후손이 우리가 사죄하고 책임져야 하냐고 한다. 역시 난 논리적이지 못해서 조리 있게 반박할 수 없었다. 그러나 지금은 이 책에서 나온 말을 하고 싶다. 소속감에는 책임감이 따른다고. 우리가 어느 나라에 태어난 것은 우연이겠지만 싫든 좋든 태어나 살아가면서 영향을 조금이라도 안 받을 수는 없다. 우리는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에 살아가면서 소속감을 느낀다. 세종대왕, 한글, 이순신 장군을 자랑스러워하고 2002년 월드컵 때 하나 되어 외쳤다. 이런 소속감에는 책임감이 따르지 않는가. 다른 나라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사람마다 생각이 같을 수는 없고 앞으로도 무수한 의견 충돌이 있을 것이다. 쉽게 결론 날 문제였다면 세계의 석학들이 오랜 세월동안 머리 싸매며 고민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앞으로도 더 오랫동안 토론하고 주장하고 반박하고 또 반박할 것이다.


그래도, 당장 먹고 살 길이 급한 우리네지만 한번쯤은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 가끔씩은 석학들에게만 생각하고 토론하는 것을 맡기지 말고 우리들도 그런 시간들을 가지고 꿈꿔보았으면 좋겠다.

우리랑은 당장에 관련 없는 둥둥 떠 있는 단어 같지만 진정 정의로운 것이 무엇인지 진정 정의로운 사회를 실천하려면 어떻게 할 것인지 고민하고 꿈을 나누어 보면 어떨까.....한다.


위풍당당 명탐정 외젠 발몽 - 로버트 바(2010) 영미

 

1. 500개의 다이아몬드에 얽힌 수수께끼

2. 두 얼굴의 폭탄 테러범

3. 은숟가락에 담긴 단서

4. 치젤리그 경의 사라진 재산

5. 건망증 클럽

6. 기형 발 유령

7. 와이오밍 에드의 석방

8. 레이디 알리시아의 에메랄드

<셜록 홈즈 패러디>

1. 셜로 콤즈의 모험

2. 두 번째 돈주머니의 모험

 

저자인 로버트 바는 생소하다. 이 작품은 클래식 미스터리이다. 저자는 코난 도일 경과도 절친했다고 한다. 어디서 그의 이름을 들었을 지는 모르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적어도 그의 작품을 읽어보지는 않았다. 외젠 발몽으로 그를 처음 만나게 된 것이다.

그의 탐정인 외젠 발몽은 이름에서 느껴지듯이 프랑스인이다. 프랑스 총경으로 활약하다가 영국으로 건너가 탐정으로 활동한다. 문화 차이와 나라 간의 다른 점들 때문에 고생하다가 마침내 명탐정으로 거듭난다.


영국에서 활동하는 외국인 탐정이라고 하니 아가사 크리스티의 ‘푸아로’가 생각나긴 한다. 그러나 그처럼 천재형이 아니고 그래서 내게는 그만큼 매력도 없었다.


이 작품에는 발몽의 실패담이 많다. 8개의 에피소드 중 1/3이 실패담이다. 보통 명탐정들은 실패를 해도 어쩌다 한 둘이다. 그런데 발몽은... 인간적인 탐정도 좋지만 천재형을 좋아하는 내게는 매력이 떨어지는 건 어쩔 수 없다. 인간적인 것도 좋지만 셜록 홈즈나 푸아로처럼 마구마구 해결하며 뽐내다가 한 두번 실수하는 건 괜찮지만.(여기서 드러나는 나의 취향.) 어쨌든 그런 나의 취향 탓으로 기대만큼 재미가 없었던 건 사실이다. 그 외에도 내가 영국, 프랑스 사람이 아니라 코드를 잘 이해 못한 건지도 모른다. 문화 차이, 나라 차이라고는 하지만 어차피 내게는 다 똑같은 유럽의 나라일 뿐.

코난 도일 경의 절친이라는 저자는 셜로키언이기도 했다고 한다. 수록된 두 개의 셜록 홈즈 패러디에서 홈즈는 무려, 나의 홈즈가 무려... 얼간이로 나온다. 아악!!! 패러디인 건 아는데 그래도 마음이... 안 좋았다. 거기다 코난 도일이 등장하기도 하는데 별로 좋은 역할은 아니다.

그만큼 셜록 홈즈 시리즈가 인기가 있어서 패러디가 무수히 나왔다고는 하는데 자기 절친이 이런 걸 썼는데도 넘어가다니 도일 경은 대인배일 지도 모른다. 그러나 뭐, 어차피 작품이니까 쿨하게 넘어가신 지도 모른다.

또 하나의 탐정을 기대했지만 이 작품을 읽고 느낀 것은 새삼 나의 취향을 자각하게 된 것뿐. 그러나 이건 내 취향의 문제일 뿐 발몽은 잘못이 없다. 솔직히 발몽이 맡은 사건이 책에 나온 것뿐이겠는가? 그 많은 것 중에 저 몇 가지 실패했다고 그의 능력을 까내리는 건 말이 안 된다. 그래서!!! 실수투성이지만 인간적인 탐정을 느껴보고 싶은 사람은 도전해 보라고 권하고 싶다.


발몽씨, 그래도 전 당신을 좋아해요, 후훗.

 


명탐정은 밀항중(2010) - 와카타케 나나미 와카타케 나나미

인생은 한 번 뿐이고 시간은 되돌릴 수 없다.

 

프롤로그 닻을 올리다.

제 1화 살인자 출범하다.

제 2화 아가씨 승선하다.

제 3화 고양이는 항해 중

제 4화 명탐정은 밀항 중

제 5화 유령선 출몰

제 6화 선상의 악녀

제 7화 이별의 뱃고동

에필로그 닻을 내리다.

 

‘일상 미스터리의 여왕’이라 불리는 와카타케 나나미의 신작. 요코하마 항에서 런던까지 51일간 선상에서 펼쳐지는 꿈같은 항해기이다. 제목이 ‘명탐정은 밀항중’이라서 명탐정을 좋아하는 필자는 제목에 일단 낚였다. 그러나 제목과는 달리 여기에 우리가 익숙히 알고 있는 ‘명탐정’은 등장하지 않는다. 뭐, 어떤 의미에서는 등장인물들을 명탐정으로 부를 수 있을 것이다. 각개의 사건들이 분리된 연작으로 보이지만 하나의 큰 흐름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마지막에 반전이?!

제목에 낚이기는 했지만 와카타케 나나미의 작품을 좋아하고 국내에 발간된 작품들은 모조리 읽은 필자는 만족했다. 여전히 그녀 작품의 1순위는 ‘나의 미스터리한 일상’이지만.(개인적인 순위임)

작품의 무대인 호화 여객선 하자키 호는 꼭 타이타닉호를 생각나게 하나 그와 같은 비극은 느껴지지 않는다. 천방지축 캐릭터들의 향연은 유쾌상쾌하다. 그녀의 작품들에서는 살인이 나와도 뒷맛이 나쁘지 않다. 이 작품 또한 그렇고. 뱃멀미가 심한 필자는 이 작품을 읽고 불연듯 여행을 하고 싶었다. 꼭 배가 아니라도 좋지만 배 여행도 좋을 것 같다.

제 2화에서 본격적으로 등장하는 야마노우치 남작 영애는 이 작품의 여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다. 원하지 않는 인생과 결혼을 뒤로 하고 매번 탈출 소동을 벌이는데 후반부로 가면서 그 생각을 버린 듯 하지만 주제(?)라고 꼽을 수 있는 맨 위의 말과 가장 어울리는 인물이다.

‘인생은 한번 뿐이고 시간은 되돌릴 수 없다.’. 이 책을 다 읽고 나서 남은 건 저 말이다. 남작 영애, 아니 하쓰코는 행복할 것이라 믿는다. 하나뿐인 인생에 충실하면서.

가장 맘에 들었던 건 ‘제 3화 고양이는 항해 중’이다. 고양이보다 개를 더 좋아하긴 하지만 역시나 고양이는 귀여워!!! 이번 화의 주인공은 고양이. 고양이가 탐정이다. 멋지게 사건을 해결한다. 이만하면 고양이 탐정 쇼타로와 삼색 고양이 홈즈(두 시리즈 모두 국내 발간 됨.) 못지 않은가?

‘제 4화 명탐정은 밀항 중’. 자, 드디어 나왔습니다. 제목으로 나를 낚게 한 문제의 4화. 다 읽어보면 왜 4화의 제목이 저런 줄 알 수 있다. 사실 제목만 봤을 때는 한 명의 명탐정이 나와서(셜록 홈즈처럼) 매 화마다 척척 사건을 해결하는 작품인 줄 알았다. 어쨌든 여기에서 나오는 유코. 여주인공인 하쓰코보다 더 맘에 든다. 능력 있는 여성인 그녀는 아쉽게도 다른 화에서는 많이 등장하지 않거나 다른 승객처럼 대화에만 등장한다. 아쉬운 노릇이다.

제 5화인 ‘유령선 출몰’은 제목에서 느껴지듯이 약간의 괴담처럼 진행된다. 그러나 이 또한 괴담은 아니다. 이 작품은 어디까지나 호러물이 아닌 미스터리물이니까.

연작이지만 하나의 큰 흐름을 가지고 있으므로 에필로그에 이르면 크게 관통되어 흐르던 사건이 마침표를 찍는다. 위에서 밝힌 것처럼 또 다른 반전도 있다.


와카타케 나나미의 작품이 국내에서 여러 권 발간되었다. 위에서 여러 번 제목에 낚였다고 했지만‘일상 미스터리의 여왕’이라는 칭호답게, 그녀만의 매력을 뽐내주시는 작가 때문에 이 작품을 포기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벌써부터 다음 작품이 기대가 된다. 이번에는 어떤 캐릭터와 어떤 무대로 작가의 매력을 뽐낼 지 흥분되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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